ESKAPE
ESKAPE은 독력이 강하고 항생제 내성을 많이 가지는 여섯 종류의 병원균을 가리키는 두문자어이다. 여섯 종류의 세균은 각각 엔테로코커스 패시움(Enterococcus faecium), 황색포도상구균(Staphylococcus aureus), 폐렴막대균(Klebsiella pneumoniae),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(Acinetobacter baumannii), 녹농균(Pseudomonas aeruginosa), 엔테로박터(Enterobacter)이다.[1] 이 세균들은 시간이 갈수록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(MDR)이 늘어나고 있어,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의 작용에서 빠져나갈(escape) 수 있다.[1] 이 때문에 ESKAPE에 속한 세균들은 전 세계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원내감염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인데, 특히 면역결핍 상태의 환자나 중증 환자에서 감염의 위험이 가장 크다.[2] 녹농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은 의료 시설에서 발견되는 미생물막에 가장 흔히 발견되는 세균이다.[3] 녹농균은 그람 음성의 간균으로 장내세균총이나 토양, 물 등에서 흔히 살면서 의료 시설에 있는 환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.[4][5] 병원균들은 의료 장비, 손, 다양한 물건의 표면 등을 오염시켜서 전파되기도 한다. 기회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은 입원한 환자들에서 폐렴 등의 폐 감염, 혈액 감염, 비뇨계 감염, 수술 후의 기타 다른 신체 부위 감염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.[5] 황색포도상구균은 그람 양성의 구균으로, 자연 환경에도 서식하며 많은 건강한 사람들의 피부와 코에도 살고 있다.[6] 황색포도상구균이 체내로 침입하면 피부와 뼈의 감염, 폐렴, 그 외 잠재적으로 심각할 수 있는 여러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. 황색포도상구균은 많은 항생제에 내성을 얻은 상태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다.[6] 세균은 여러 선택압을 받으면서 유전자 돌연변이로 내성이 발생하거나, 수평적 유전자 이동을 통해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하기도 한다.[7]
항생제 내성과 다제내성이 많아지고 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ESKAPE 세균의 등장이 의료 기관뿐만 아니라, 농업이나 축산업 분야에서의 과도한 항생제 사용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.[8]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는 항생제의 잘못된 사용이나, 치료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치료가 있다.[9]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항생제 내성과 다제내성균 감염을 박멸하는 데에 효과적인 항생제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줄고 있으며, 동시에 자금도 부족하여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.[9] ESKAPE을 포함한 다른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들은 국제적인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, 보다 전체론적이며 다학제적인 접근(원 헬스)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.[5][8]
특징
편집ESKAPE 세균들이 다른 병원균들에 비해 특이한 점은 페니실린, 반코마이신, 카바페넴 등의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에 갈수록 내성을 많이 가지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.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항생제 내성과, 의학 분야에서의 이 세균들의 임상적 중요성을 고려하였을 때 이들의 항생제 내성 기전을 이해하고 새로운 항생제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. 항생제 내성의 기전은 항생제의 구조를 공격하는 효소의 생산(베타-락탐 계열 항생제에 대한 베타-락타메이스 등), 항생제가 표적으로 하는 표적 부위를 변형시켜 항생제가 결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, 들어온 항생제를 밖으로 내보내는 유출 펌프(efflux pump), 미생물막 형성 등이 있다.[4] 유출 펌프는 항생제를 포함한 외부 물질을 지속적으로 밖으로 내보내는 그람 음성균 세포막의 특징으로, 이로 인해 세균 세포 내부에서는 약물이 효과를 보일 만큼 충분히 농도가 높아지지 못한다.[4] 미생물막은 여러 미생물 군집과 중합체의 혼합물로, 이 막이 물리적 장벽 역할을 해 항생제 치료로부터 세균을 보호한다.[4]
임상적 위협
편집자주 사용되는 항생제에 대한 ESKAPE 세균들의 내성이 증가하면서 이들은 일반인들의 안전에도 추가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, 특히 병원 환경과 자주 접촉하는 사람들은 원내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. 증가된 항생제 내성의 양상은 세균마다 다르지만, 내성의 원인은 비슷하다. 항생제 내성의 공통된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항생제 투여이다. 치료 용량보다 적은 용량을 처방하거나, 제대로 처방한 항생제를 환자가 잘 복용하지 않은 경우 세균이 항생제에 적응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. 이럴 때 세균은 자연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약물에 내성을 가진 특정 균주들이 많이 발달하게 된다.[10] 약물에 내성을 가진 균주가 생기는 것은 생명체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과정인 무작위적인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다. 자연선택으로 인해 생존에 유리한 돌연변이가 발생한 균주가 더 많이 자라게 된다. 또한 균주 중에는 균주 안에서 수평적 유전자 이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, 이는 균주 안의 한 세균에서 다른 세균으로 내성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.[10] 병원 환경에서는 세균이 지속적으로 항생제에 노출되고, 돌연변이로 내성을 가지게 된 세균이 아직 내성을 가지지 못한 세균에게 수평적 유전자 이동을 통해 내성 유전자를 전파할 수 있다.
각주
편집- ↑ 가 나 Mulani MS, Kamble EE, Kumkar SN, Tawre MS, Pardesi KR (2019). “Emerging Strategies to Combat ESKAPE Pathogens in the Era of Antimicrobial Resistance: A Review”. 《Frontiers in Microbiology》 (영어) 10: 539. doi:10.3389/fmicb.2019.00539. PMC 6452778. PMID 30988669.
- ↑ Rice LB (April 2008). “Federal funding for the study of antimicrobial resistance in nosocomial pathogens: no ESKAPE”. 《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》 197 (8): 1079–81. doi:10.1086/533452. PMID 18419525.
- ↑ Høiby N, Bjarnsholt T, Givskov M, Molin S, Ciofu O (April 2010). “Antibiotic resistance of bacterial biofilms”. 《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》 35 (4): 322–32. doi:10.1016/j.ijantimicag.2009.12.011. PMID 20149602.
- ↑ 가 나 다 라 Santajit S, Indrawattana N (2016년 5월 5일). “Mechanisms of Antimicrobial Resistance in ESKAPE Pathogens”. 《BioMed Research International》 2016: 2475067. doi:10.1155/2016/2475067. PMC 4871955. PMID 27274985.
- ↑ 가 나 다 CDC (2019). “Antibiotic Resistance Threats in the United States.” (PDF). Atlanta, GA: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, U.S.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.
- ↑ 가 나 Taylor TA, Unakal CG (2020). 〈Staphylococcus Aureus〉. 《StatPearls》. Treasure Island (FL): StatPearls Publishing. PMID 28722898. 2020년 11월 13일에 확인함.
- ↑ Madigan MT, Bender KS, Buckley DH, Sattley WM, Stahl SA. 2015. Brock Biology of Microorganisms. 15th ed. London, UK: Pearson (Global Edition).
- ↑ 가 나 Collignon PJ, McEwen SA (January 2019). “One Health-Its Importance in Helping to Better Control Antimicrobial Resistance”. 《Tropical Medicine and Infectious Disease》 4 (1): 22. doi:10.3390/tropicalmed4010022. PMC 6473376. PMID 30700019.
- ↑ 가 나 Ma YX, Wang CY, Li YY, Li J, Wan QQ, Chen JH, 외. (January 2020). “Considerations and Caveats in Combating ESKAPE Pathogens against Nosocomial Infections”. 《Advanced Science》 7 (1): 1901872. doi:10.1002/advs.201901872. PMC 6947519. PMID 31921562.
- ↑ 가 나 Pendleton JN, Gorman SP, Gilmore BF (March 2013). “Clinical relevance of the ESKAPE pathogens”. 《Expert Review of Anti-Infective Therapy》 11 (3): 297–308. doi:10.1586/eri.13.12. PMID 23458769. S2CID 19213879.